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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이름으로 희생되는 아이들
인도에서 발생한 사건이 전 세계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성년자 성폭행범이 피해자와 결혼하겠다고 주장하며 보석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두 번의 임신을 경험했고 강제로 중절 수술까지 강요받았다. 이 사건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인도의 사법체계와 사회구조의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인도는 명목상으로는 18세 미만의 결혼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가난한 시골 지역에서는 여전히 조혼이 흔하다. 성폭행이 발생한 뒤 가해자가 피해자와 결혼하겠다고 하면 감형이나 보석이 허용되는 관행이 존재한다. 이 상황이 용인되는 사회에서 과연 법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묻게 된다.
법의 본질이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닌, 특정 조건에서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법이라는 권위가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할 때, 그 사회는 더 이상 건강하다고 말할 수 없다.
전통과 종교, 가난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결합된 인도 사회에서는 조혼과 성폭력이 구조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미성년자의 몸과 정신은 성적·사회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인의 세계로 던져진다.
그 과정에서 범죄가 발생해도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면서 제대로 된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같은 현실은 비단 피해자의 문제만이 아니다.
국가와 사회가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그래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사법적 논란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다.

정의가 실종된 법정
인도의 성범죄 재판에서는 종종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 나오곤 한다. 가해자의 결혼 의사 표현이나 가족의 사정 등이 정상참작 사유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피해자가 가해자와 합의하에 관계를 맺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면, 오히려 피해자가 거짓말을 한다는 식의 추론까지 등장한다.
이런 흐름은 명백히 가해자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성년자는 법적으로 동의 능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의 말이나 행동을 성인의 판단으로 취급하는 것은 심각한 왜곡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판결이 하나의 사례가 아닌,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의 몇몇 주에서는 성범죄 가해자가 피해자와 결혼하면 자동으로 형이 감면되는 조항이 여전히 존재하거나 비공식적으로 적용된다.
이는 피해자의 자유와 선택권을 철저히 무시하는 접근이다. 마치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인생을 보상받는 대상인 것처럼 취급된다. 이런 현실에서 아이들은 법 앞에 서 있기조차 어렵다. 법이 가해자에게 유리하게만 작용한다면, 그것은 정의가 아닌 불의의 제도화다.


조혼, 피해자의 선택이 아닌 강요
조혼은 인도 시골지역에서 여전히 일상적인 풍경이다. 부모는 딸을 어릴 때 시집보내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믿는다. 성인이 되기 전에 결혼하면, 집안의 부담에서 해방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여성의 인권과 교육, 자립 가능성 모두가 희생되고 있다. 소녀는 보내야 할 짐이 아니라 자신만의 삶을 가질 권리가 있는 존재다. 그러나 이런 현실을 바꾸는 노력은 미미하다. 지역사회의 인식 변화는 더디고, 법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러한 환경에서 성범죄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가해자와 결혼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강요에 가깝다. 피해자 가족은 오히려 망신을 피하기 위해서 결혼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피해자의 존엄과 미래를 완전히 무시하는 선택이다. 아동의 삶을 책임지지 못하는 사회가 그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유지되는 셈이다. 조혼은 문화적 특성이 아니라 분명한 인권침해이며 근절되어야 할 구조적 문제다.


다른 나라에서는..
법과 현실 사이
필리핀은 오랫동안 미성년자 결혼에 대해 관대한 태도를 보여왔다. 2022년, 미성년자의 결혼을 전면 금지하는 법이 통과되며 법적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전통과 관습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아동 결혼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결혼들은 종종 경제적 이유-지참금(dowry) 혹은 한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로 강요된다.
성범죄 관련 문제도 심각하다. 일부 경우, 가해자가 피해자와 결혼하면 형사 책임을 면하는 일이 과거에 실제로 있었으며, 이는 결혼을 통한 면책이라 불린다.
현재 이 조항은 폐지됐지만, 여전히 문화적 관성이나 수사기관의 편견, 피해자에 대한 낙인 등이 남아 있어 여성과 아동의 법적 보호는 실질적으로 취약하다.
또한 필리핀은 아동 온라인 성착취 문제로도 악명이 높다. COVID-19 팬데믹 이후 인터넷 기반 착취가 급증했고, 2020년에는 관련 신고가 전년 대비 26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법적 장치의 미비와 취약한 사회 안전망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여성의 권리 실종
아프가니스탄은 2021년 탈레반이 재집권한 이후 여성 인권이 심각하게 후퇴했다. 여성은 중등·고등 교육을 받을 권리를 박탈당했으며, 2022년 이후에는 대학교육까지 금지됐다. 여성의 외출은 마하람(남성 보호자) 동반이 요구되며, 다수의 여성은 직장을 잃고 공공생활에서 배제되었다.
조혼은 아프가니스탄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법적으로 문제시되지 않는다. 일부 종교 지도자나 지역 유지들은 경제적·사회적 문제 해결책으로 조혼을 장려하기까지 한다.
특히 가난한 가정은 딸을 조기에 결혼시켜 가족의 부양 부담을 덜고자 한다. 이에 따라 아동은 학업을 중단하고 조혼, 가정폭력, 임신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노출된다.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와 유니세프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의 일부 지역에서는 15세 미만 여성의 결혼율이 전체 여성의 30%에 달한다. 성적 자율성과 생존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여성들은 사실상 국가 내에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고 있다.


필리핀과 아프가니스탄은 사회·문화적 맥락은 다르지만, 여성과 아동이 전통·종교·경제 논리에 의해 희생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두 나라 모두에서 법적 개입의 한계, 지역 사회의 관습적 저항, 국가의 제도적 미비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인권 침해를 고착화시키고 있다.
이 문제는 해당 국가의 주권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국제사회는 UN아동권리협약이나 여성차별철폐협약 등 기존의 인권 메커니즘을 강화하고,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외교·경제적 압박을 병행해야 한다.
또 국제기구와 NGO들은 법률지원, 교육, 생계지원 등 다층적 개입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인식 전환과 자생적 변화 유도를 도와야 한다.


한국의 경우
한국 사회에서는 성범죄 판결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가해자가 반성문을 제출하거나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감형을 받는 사례가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인물일수록 더 관대한 처분을 받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판결은 법정조차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고 가해자 중심으로 판단한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피해자를 위한 보호 체계는 여전히 형식적이고 단기적인 수준에 그친다.
신변 보호는 제한적이며, 심리 치료와 사회 복귀 지원도 충분하지 않아 피해자는 고통 속에 방치된다. 반복되는 진술 과정과 수사·재판 과정에서의 2차 피해는 피해자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된다.
실형 선고율이 낮고, 형량이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상황에 따라 좌우되는 현실은 성범죄를 합의로 해결 가능한 문제로 잘못 인식하게 만든다. 정부는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정책을 일부 시행하고 있지만, 실제 제도적 개선은 피해자 현실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성범죄에 대한 접근은 처벌을 넘어, 피해자의 존엄과 회복을 중심으로 한 제도 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
반성문과 합의서 중심의 양형 관행을 개혁하고, 장기적 치료와 실질적 지원을 확대하며, 2차 가해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해자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피해자를 위한 사회적, 법적 구조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절실하다.

사회적 무관심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면 사회는 잠시 분노하고 주목하지만, 그 관심은 매우 짧다. 언론은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으로 사건을 소비하고 온라인 공간에서는 일시적인 공분이 일지만 금세 다른 이슈로 대체된다.
피해자가 아무리 고통을 호소해도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잊는다. 그러나 피해자의 고통은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으며,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어지고 일상 속에서 반복된다. 이런 사회적 무관심은 또 다른 폭력이라 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피해자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가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 자신의 피해 사실을 밝히는 순간 따라오는 2차 가해의 우려 속에서 많은 피해자들은 침묵을 택할 수밖에 없다.
가족, 직장, 온라인 등에서의 비난과 낙인, 신상 노출의 위험은 피해자를 더욱 고립시킨다. 피해자의 침묵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낸 방조의 결과다. 우리는 피해자가 안전하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외면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성범죄를 막기 위한 진정한 변화는 법이나 제도 이전에 사회 구성원의 인식에서 시작된다. 누군가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관심을 가지고 연대하는 것이 바로 변화의 출발점이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지지해 주는 사회가 되어야만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는다. 우리 모두의 관심과 공감이 더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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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을 결혼으로 덮으려는 시도는 피해자의 고통을 부정하고 인권을 짓밟는 또 다른 폭력이다. 법은 강한 자의 방패가 아니라, 약한 자의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사정을 더 헤아리고 있다.
피해자들은 침묵 속에서 외롭고 고통받으며, 정의는 그들에게 너무 멀고 낯설다. 이제는 성범죄에 대한 사회의 시선과 법의 작동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가해자의 회복보다 피해자의 존엄과 회복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피해자에게 침묵과 인내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 그것이 진정한 정의의 시작이다.
법이 이름뿐인 정의가 아니라 실질적인 보호와 공감을 담은 정의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인식과 행동이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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